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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능력의 가치를 스스로 낮추지 마세요

개발자 단톡방에서 목격한 충격적인 장면

최근 개발자 단톡방에서 목격한 한 장면이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한 분이 워드프레스로 웹사이트를 만들고 싶어서 강의를 알아보았는데, 강의비가 300만원이라며 조언을 구했다. 3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에 대한 고민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선택의 기로에서 동료 개발자들에게 문의한 것이었다. 그런데 개발자들의 반응이 문제였다. 하나같이 “그 가격은 너무 비싸다”, “그건 강의팔이들이 하는 강의다”라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가 더 싸게 해줄 테니 연락하라”고 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그 300만원짜리 강의의 내용을 한 번도 보지 않고 이런 판단을 내렸다는 점이었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워드프레스 강의가 300만원일 리 없다’는 기본값이 설정되어 있었던 것 같다. 정작 본인들은 그 기술로 돈을 벌어 먹고 살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이 가진 능력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었다.

이 순간 나는 전문가들 조차 자신의 전문성을 평가절하하는 것이 얼마나 흔한 일인지 깨달았다.

가치 절하의 악순환

이런 현상은 개발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분야든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디자이너, 마케터, 컨설턴트, 강사, 심지어 수십년을 한가지 일에 몰두한 장인들 조차도 이런 함정에 빠지곤 한다.

패턴은 항상 비슷하다. 힘들게 배운 기술로 무언가를 만들어도 시장에서 외면받으면, 조금이라도 덜 외면받기 위해 가격을 낮춘다. 낮은 가격이 고객들에게 받아들여져 판매가 되기도 하지만, 이런 일이 오래 지속되면 판매자는 고객에게 감사함보다는 부당함을 느끼게 된다.

“이건 돈도 안 된다”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정작 주력상품은 이것 말고 없으면서도 말이다. 이렇게 시작된 가치 절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낮은 가격 → 낮은 마진 → 투자 부족 → 품질 저하 → 더 낮은 가격. 이 고리를 끊지 않으면 결국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가치 절하가 업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다. 한 명이 시작한 가격 덤핑이 전체 시장의 가격 기준을 무너뜨린다. 그러면 그 분야의 모든 전문가들이 피해를 본다. 결국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사람들마저 시장을 떠나게 만든다. 대표적인 사례가 무한리필, 1+1 등과 같은 가격할인 식당들이다. 초기저렴한 원자재 값을 이용한 틈새를 노린듯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유통업자들이 담합아니 담합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원자재 외에 기타 경비까지 오르게 되면 마진을 보지도 못하고 고객의 트랜드가 변함에 따라 점점 사라져버린다. 이런 업체들 때문에 사라진 주변의 다른 식당들을 포함해서 이런 업체들까지 나중에는 다 사라져 버린다.

가격 구성의 이해: 마진이 생명줄인 이유

제품의 가격은 통상 원가 + 경비 + 마진으로 구성된다. 많은 사람들이 마진을 단순히 ‘사업자의 이익’으로만 생각하지만, 이는 큰 오해다.

원가와 경비는 정해져 있어 금방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마진은 판매자의 선택 영역으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마진은 생명줄과 같다. 마진이 적을수록 사업 유지가 어려워지고, 많을수록 사업의 성장률이 높아진다.

이는 단순히 사업자 주머니에 돈이 많아진다는 일차원적 의미가 아니다. 마진은 다음과 같은 용도로 사용된다:

연구개발비: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투자

마케팅비: 고객에게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비용

고객서비스 개선: 더 나은 고객 경험 제공

위기 대응 자금: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

인재 확보: 우수한 팀원 영입과 유지

시설 및 장비 투자: 서비스 품질 향상

그런 생각으로만 사업하는 사람들은 오래 유지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경쟁자가 생겨나고 고객의 눈높이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괜찮아도 시간이 갈수록 사업은 힘들어질 것이다.

럭셔리 브랜드가 주는 교훈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고객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흥미롭게도 매출이 높은 럭셔리 고가 상품을 판매하는 곳일수록 프로모션의 규모와 질이 뛰어나다. 그만큼 프로모션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싼 제품일수록 고객의 혜택이 더 높다는 것은 현실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다이소에서 1,000원짜리 볼펜을 100자루 사도 요즘은 주차비도 안 주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명품샵에서 그중 저가형 제품을 하나 사도 주차비는 당연하고 그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나올 수 있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높은 마진을 확보한 기업들이 그 여유 자본으로 고객 경험에 재투자하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도, 기업도 윈-윈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소주 1,000원의 함정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조언이 “소주 1,000원만 받으면 성공한다”였다.

첫 사업으로 일본식 쇠고기화로구이점을 시작했을 때였다. 당시 일본풍 식당들이 인기를 끌고 있었고, 엔젤링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아사히 생맥주가 많이 판매되고 있었다. 판매가 너무 잘 되니 여러 수입맥주집들이 줄줄 생기고 있을 때였다. 일본 맥주들이 들어오니 일본풍 이자카야와 일본풍 돈가스, 카레집들이 많이 생겼고, 나 또한 일본식 야키니쿠 전문점을 첫 사업으로 시작했다.

그때 주변 사람들에게 “소주값 1,000원만 받으면 대박날 거다”라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이런 전략이 먹힐려면 테이블수가 많은 넓은 공간에 충분한 손님들이 있고, 저렴한 가격의 술을 많이 먹으면거 같이 먹을 안주를 추가로 주문을 해야 가능한 전략이다. 보통 이런집들은 안주의 가격이 푸짐하고 비싼 경우가 많거나. 쉽게 추가로 안주를 주문할수 있는 구조에서 가능하다. 나의 매장은 테이블 7개, 일인당 소주 1병 정도 마시는 규모의 가게였다. 이런곳에서 이런 전략이 통할 리 없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나에게 저가 제품 판매가 대박의 비결이라고 조언했다.

사람들은 ‘싸면 많이 팔린다’는 단순한 공식에 사로잡혀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가격 설정의 핵심: 기준점의 힘

사람들은 “비싸면 안 팔리고 싸면 많이 팔릴 것”이라는 이상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이 되려면 한 가지가 필요하다. 바로 기준점이다.

어디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비쌀 수도, 쌀 수도 있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5,000원은 맥도날드 커피 1,500원과 비교하면 비싸지만, 호텔 카페의 15,000원 커피와 비교하면 저렴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기준을 내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고객이 기준을 먼저 제시하게 하면 항상 0에 가까운 기준으로 가격이 결정된다. “다른 곳은 얼마에 해주던데요”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가격 주도권을 잃는다. 반대로 내가 기준을 제시하면 그 기준점을 중심으로 가격 협상이 이루어진다.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출시했을 때 기존 휴대폰보다 월등히 비쌌다. 하지만 애플은 “기존 휴대폰과 비교하세요”라고 하지 않았다. “이것은 휴대용 컴퓨터입니다”라고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했다. 그 순간 비교 대상이 바뀌었고, 가격에 대한 인식도 완전히 달라졌다.

자신감 있는 가격 설정의 전제조건

내가 기준을 제시하려면 내가 가진 능력의 가치를 내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의 가격을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고, 그 가격이 기준이 되어 다른 제품들의 가치 판단도 가능해진다.

내가 만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공들여 만든 제품의 가격에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오직 “얼마에 했을 때 고객들이 더 잘 살까?”에만 관심이 있었다. 물론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은 좋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나만의 기준은 사라지고, 판매를 해도 항상 불만족스럽다. 내가 불만족한 제품을 판매하는데 이 사업을 오래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그 불만족은 고객에게도 전달된다. 판매자가 자신의 제품에 확신이 없으면 고객도 그것을 느낀다.

자신감 있는 가격 설정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자기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나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남들과 똑같은 것을 제공한다면 가격 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만이 제공할 수 있는 독특한 가치를 명확히 해야 한다.

나의 전문성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10년 경력과 1년 경력의 가치는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차이를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다.

고객이 얻는 결과의 가치는 얼마나 되는가?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로 고객이 100만원을 절약하거나 1000만원을 더 벌 수 있다면, 그에 합당한 가격을 받아야 한다.

가치 기준 설정의 실전 방법

가치의 기준을 두려면 기본적으로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사실 본인 스스로가 나의 제품 가치를 제일 잘 안다. 혹시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면, 내가 만드는 제품과 유사한 제품 중 제일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사람들의 퀄리티를 찾아보라. 그러면 조금 더 쉽게 나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경쟁사 분석을 통한 가격 벤치마킹: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사들의 가격대를 조사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최저가가 아닌 최고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최고가를 받는 곳이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있는지 분석해보라.

고객 가치 계산: 내 서비스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실질적 가치를 숫자로 계산해본다. 시간 절약, 비용 절감, 매출 증대 등을 구체적 금액으로 환산하면 적정 가격대를 찾을 수 있다.

투입 시간과 전문성 고려: 내가 이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기까지 투입한 시간과 비용을 계산한다. 10년간 쌓은 노하우를 하루 만에 전달하는 것과 1년차 신입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분명히 다른 가치를 가진다.

올바른 관점 전환: 경쟁이 아닌 성장

이때 중요한 것은 실력도 없는 사람들의 가격이 내 제품보다 비싸다고 헐뜯을 게 아니라, 내 가격이 평가절하되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그들의 가격 결정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능력들이 스며들어 있을 것이다. 마케팅 능력, 브랜딩 스킬, 고객 관계 관리 역량 등 기술적 실력 외의 부분에서 뛰어날 수 있다. 그 가격이 고객에게 잘 설명된 제품이라면 판매도 잘 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의 제품을 헐뜯어서 가치를 내릴 것이 아니라,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나의 제품 가치를 올려보자.

여기서 배워야 할 것들이 있다:

브랜딩의 힘: 같은 제품이라도 어떻게 포지셀니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나는 내 서비스를 어떻게 포지셔닝하고 있는가?

스토리텔링: 고객들은 제품뿐만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이야기를 산다. 나만의 스토리는 무엇인가?

고객 커뮤니케이션: 가격에 대한 설명과 정당화를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 고객이 “왜 이 가격인지”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하고 있는가?

가치 인정의 심리학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가격은 메시지다. 낮은 가격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높은 가격은 “이것은 특별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가격을 품질의 지표로 사용한다. 같은 와인이라도 비싼 가격표가 붙어 있으면 실제로 더 맛있다고 느낀다. 이를 ‘가격-품질 추론’이라고 부른다.

또한 ‘손실 회피 편향’이라는 심리적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사람들은 같은 금액의 이득보다 손실을 더 크게 느낀다. 따라서 “이 서비스를 받지 않으면 잃게 될 것”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시장 교육의 중요성

많은 전문가들이 놓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시장 교육이다. 고객들이 내 서비스의 가치를 모른다면, 그것을 알려주는 것이 내 책임이다.

예를 들어, 웹 개발자가 단순히 “홈페이지 만들어드립니다”라고 하면 고객은 “워드프레스 템플릿 적용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귀하의 비즈니스 목표에 맞춘 사용자 경험 설계, 검색엔진 최적화, 보안 강화, 성능 최적화를 포함한 통합 웹 솔루션을 제공합니다”라고 설명하면 인식이 달라진다.

시장 교육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포함된다:

전문성 입증: 자격증, 경력, 포트폴리오, 고객 후기 등을 통해 신뢰도를 높인다.

프로세스 투명화: 어떤 단계를 거쳐 결과물이 나오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차별점 강조: 다른 서비스 제공자와 무엇이 다른지 명확히 한다.

결과 보장: 가능한 범위에서 결과에 대한 보장이나 사후 지원을 약속한다.

성공 사례: 가치 기반 가격 책정

실제로 가치 기반 가격 책정에 성공한 사례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모두 자신만의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한 UI/UX 디자이너는 “디자인 1건당 50만원”이라는 시장 평균 가격을 거부하고 “사용자 경험 개선 프로젝트 300만원”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같은 작업이지만 관점을 바꾼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더 높은 수익을 올리면서도 고객 만족도가 높아졌다.

또 다른 마케팅 컨설턴트는 “월 컨설팅비 100만원” 대신 “마케팅 ROI 개선 프로젝트”로 포지셔닝했다. 고객이 투자한 금액 대비 어느 정도의 수익 증대를 기대할 수 있는지 명확한 지표를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월 500만원의 컨설팅비를 받으면서도 고객들이 기꺼이 지불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가격이 아닌 가치로 대화했다는 것이다.

업계 생태계를 위한 책임

개인의 성공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의 건강성을 위해서도 적정 가격 유지는 중요하다.

한 명의 가격 덤핑이 전체 시장을 망칠 수 있다. 특히 전문 서비스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의 전문직이 수임료나 진료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 각자가 자신의 전문성에 합당한 가격을 받는 것은 개인의 이익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적정 마진을 확보해야 더 나은 서비스 개발에 투자할 수 있고, 그것이 결국 고객에게도 더 큰 가치로 돌아간다.

가격 책정 시 피해야 할 함정들

가격을 책정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들이 있다:

비교 쇼핑의 함정: 고객이 “다른 곳과 비교해보겠다”고 할 때 즉석에서 가격을 낮추는 것. 이는 자신의 가치에 대한 확신 부족을 드러낸다.

완벽주의의 함정: “내 실력이 더 늘면 그때 가격을 올리겠다”고 생각하는 것. 실력은 계속 늘어나지만 가격은 영원히 오르지 않는다.

감정적 가격 책정: 고객이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즉석에서 할인해주는 것. 이는 가격의 일관성을 해치고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시간당 단가의 함정: 시간당 얼마로 계산하면 항상 저평가된다. 10년의 경험이 1시간에 압축되어 제공되는 가치를 시간으로만 계산할 수는 없다.

실전 가격 전략

효과적인 가격 전략을 위한 구체적 방법들:

패키지화: 개별 서비스를 따로 파는 것보다 종합적인 솔루션으로 패키지화하면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단계별 옵션 제공: 기본형, 표준형, 프리미엄형으로 나누어 선택권을 제공한다. 대부분의 고객은 중간 옵션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부가가치 강조: 메인 서비스 외에 제공되는 부가적 가치들을 명확히 제시한다. 사후 지원, 무료 수정, 교육 제공 등.

성공 사례 제시: 이전 고객들이 얻은 구체적 성과를 숫자로 제시한다. “매출 30% 증가”, “운영비용 50% 절감” 등.

고객과의 가격 대화법

가격에 대한 고객의 저항에 대응하는 방법:

“비싸다”는 반응에는: “다른 대안들과 비교했을 때 어떤 부분이 비싸다고 느끼시나요?”라고 구체적으로 질문한다. 막연한 비싸다는 느낌을 구체적 논의로 전환시킨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반응에는: “어느 정도 예산을 고려하고 계신가요? 예산에 맞는 다른 옵션도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라고 유연성을 보인다. 단, 무조건적인 할인이 아닌 서비스 범위 조정을 통한 가격 조정이어야 한다.

“다른 곳이 더 싸다”는 반응에는: “그곳의 서비스 범위와 저희 서비스를 비교해보시면 차이를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차별점을 강조한다.

장기적 관점의 중요성

가격 책정은 단기적 매출뿐만 아니라 장기적 브랜드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한 번 낮은 가격으로 시작하면 나중에 가격을 올리기가 어렵다. 기존 고객들은 “왜 갑자기 비싸졌냐”고 항의할 것이고, 신규 고객들은 “원래 이 정도 가격이었나?”라고 의심할 것이다.

반대로 처음부터 적정 가격으로 시작하면 브랜드 신뢰도가 쌓인다. 고객들은 “이 가격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 가격에 합당한 가치를 제공하면 장기적으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가치 인정의 선순환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내가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의 가치를 스스로 낮추지 말자.

지금 내가 스스로 나의 가격을 낮추고 있다면, 그 다음 단계의 무언가가 준비되어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항상 조심해야 한다.

제품의 가치는 가격이 결정한다. 내 스스로 나의 가치를 낮춰서 평가절하하기보다는, 내 제품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고객이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진짜 중요한 일이다.

가치 인정의 선순환은 이렇게 시작된다: 적정 가격 → 충분한 마진 → 품질 개선 투자 → 고객 만족도 향상 → 브랜드 가치 상승 → 더 높은 가격 정당화. 이 선순환에 올라타는 순간,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가치 경쟁으로 전환할 수 있다.

반대로 가격 절하의 악순환에 빠지면: 낮은 가격 → 부족한 마진 → 투자 부족 → 품질 저하 → 더 낮은 가격으로 경쟁 → 결국 시장 퇴출.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실천을 위한 체크리스트

마지막으로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한 실천 체크리스트를 제시한다:

□ 나만의 차별점을 3가지 이상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가?

□ 내 서비스의 가격 근거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 경쟁사 중 최고가를 받는 곳의 서비스와 비교 분석해봤는가?

□ 고객이 얻는 구체적 가치를 숫자로 제시할 수 있는가?

□ 가격에 대한 고객의 저항에 논리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 장기적 브랜드 전략을 고려한 가격 정책을 세웠는가?

이 체크리스트에서 절반 이상 체크할 수 없다면, 아직 가격을 올릴 준비가 안 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격을 무작정 낮춰서는 안 된다. 대신 체크리스트의 항목들을 하나씩 준비해나가면서 점진적으로 가치를 높여나가야 한다.

자신감 있는 전문가가 되기

전문가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 가치를 가장 먼저 인정해야 할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내가 가진 능력을 스스로 평가절하하는 순간, 고객들도 그 가치를 낮게 평가하게 된다. 반대로 내가 자신 있게 내 가치를 제시하면, 고객들도 그 가치를 인정하게 된다.

물론 무작정 비싸게 받으라는 것이 아니다. 그 가격에 합당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제공하고 있다면, 그에 맞는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니 내가 가진 능력의 가치를 스스로 낮추지 마라.

당신의 전문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학습, 경험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소중한 자산이다.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권리가 있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

시장이 아직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알려주면 된다. 고객이 아직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느끼게 해주면 된다. 그것이 진정한 전문가의 역할이다.

자신감 있는 전문가가 되어, 자신의 가치를 당당히 주장하고, 그 가치에 합당한 대가를 받자. 그것이 나를 위한 일이면서, 동시에 업계 전체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찾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

마케팅 컨설팅을 들어보면 제일 처음 나오는 이야기가 "타켓은 누구입니까?" 입니다. 타켓의 범위가 너무 넓거나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자리를 잡을수 없을거 같으면 틈새시장을 찾아내서 그곳을 타켓으로 삼으라고 이야기 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어 보면 세상에 없어지는 제품들은 없어 보입니다. 규모의 차이 일뿐 소수라도 그걸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항상 존재하고 새로운 사용법이나 활용도가 생길때마다 시장은 급격하게 변화가 일어 납니다. 하지만 정작 그 속에서 있다보면 참 어렵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됩니다.

타켓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게 시장입니다. 이 시장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내가 있는 곳이 틈새 시장일수도 주력시장일수도 있습니다. 제가 소세지를 만들어 판매하면서 얻은 깨달음입니다. 사람이 있는 곳이 다 나의 판매처는 아니였고 내 자리가 아닌곳에서 제품을 판매하다보면 내가 잘 못된 제품을 필요도 없는 제품을 판매하는것 같고 자괴감이 듭니다.

똥도 있는 위치에 따라 가치가 달라집니다. 내가 있는 곳에서 똥취급을 당해도 어느곳에서는 금같은 존재 일수 있습니다. 중요한건 똥을 보는 곳에서 금이 되기는 힘들고 반대로 금이 되는 곳에서 똥이 되기도 힘듭니다. 그만큼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알아내는것도 중요한 능력입니다.

이 글을 보는데 밤새 소세지 만들어서 아침까지 포장해서 잠한숨 못자고 여기저기 돌아다닐때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몇자 적어 봅니다.

나는 내가 만듭니다. 더운 불금이지만, 마무리 잘하시고 시원하게 퇴근하십시요.
제가 항상 응원합니다. ^^

따뜻한 집밥 같은 하루를 위하여

어렸을 적 생일이 되면 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었습니다. 초대하는 선별 기준은 없었습니다.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내 생일인데 우리 집에 놀러 올래." 이렇게 한마디 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때 당시 한 반에 60명이 넘었는데 초대로 우리 집에 온 아이들이 20명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였으니, 국민학교 2학년까지는 그렇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초대를 하면 엄마가 생일상을 차려 주십니다. 밥상 위에 어떤 음식이 있었고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 당시 막내아들 생일상 차려 주신다고 저희 어머니는 고생하셨을 것 같습니다.

저희 집 공주들을 보니 요즘은 생일파티를 한다고 집으로 부르는 경우는 없더라고요. 대부분 빕스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에 소규모의 사람들만 불러서 밥 먹고, 노래방 가고, 보드게임방 가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옵니다. 한 반에 친구 수가 줄어든 것도 있겠지만, 이제 집으로 사람을 초대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되어 버린 이유인 것 같기도 합니다.

풀무원에 입사를 하고 기장의 한 유리공장 구내식당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위탁을 받아 다른 회사 구내식당에서 일을 하다 보니 저의 소속은 항상 "을"이었고, "갑"의 눈치를 보면서 일을 했습니다. 회사마다 식당 담당자가 있는데 그 담당자의 성향에 따라 일이 편해지기도 하고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기장의 유리공장은 이 담당자가 좀 까다로운 편이었습니다.

내 회사 상사에게는 꼿꼿하게 해도 이상하게 "갑"사 담당자 앞에서는 굽실거리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나이가 어려서 처세술이 어떤 건지 몰랐던 것 같기도 하고, 발령받은 첫날부터 식당 담당자의 위엄을 극도로 높여 이야기한 저희 회사 부장의 말에 선입견이 생긴 것 같기도 합니다.

기장의 흙시루라는 한정식집이 있습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 지역에서는 꽤 유명한 한정식집이었습니다. 식당 담당자와 회식을 할 일이 있으면 꼭 그 식당을 예약해서 식당 식구들과 가는데, 그 자리가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었습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한상 부러지게 나오는 음식들 맛을 한 번씩은 다 먹어봐야 하는데, 그 "갑"사 담당자 한 명 때문에 음식에 손을 뻗을 수 없었습니다.

회식을 마치고 나오면서 남기고 온 음식을 제대로 못 먹은 것이 어찌나 아깝던지. 지금도 그때 못 먹고 온 계란지단 예쁘게 올라간 잡채가 눈에 아른아른합니다.

음식은 어떤 음식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랑 먹느냐도 중요합니다. 수십만 원짜리 스테이크보다 편한 사람과 먹는 김밥 한 줄이 좋기도 하고, 대학 때 지옥문 들어가는 것 같았던 혼자 밥 먹으러 구내식당 들어가는 것이 이제는 혼자 밥 먹는 게 더 편한 걸 보면, 세상도 나도 참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래서 그런지 아무렇지 않게 하는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는 말은 최고의 인사말인 듯합니다.

언제 저랑 밥 같이 드실래요?
제가 한상 부러지게는 못해도, 금방 한 밥 한 공기에 생선 한 마리 굽고
뽀글뽀글 된장찌개 끓여서 따뜻한 집밥 한번 해 드릴게요.

오늘은 따뜻하고 포근한 집밥 같은 하루 보내시길 제가 항상 응원합니다. ^^

새로운 시작, 새로운 희망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네요

다들 잘 지내셨지요. 저도 요즘 새로운 일거리를 찾으려고 여기저기 정신없이 다니고 있습니다.

정단이라는 상호를 10년 넘게 사용했습니다. 깨끗할정(淨) 아침단(旦)이 정단의 한자 입니다. 퇴직후 처음으로 시작한 일이 일본식 화로구이 였습니다. 가게 이름을 만들때 한참 일본식 주점과 식당이 유행하던 시기라 한자를 사용해서 살짝 일본스럽게 지었었습니다.

제가 새로 시작하는 일의 상호는 Mirror and Compass입니다. 이름처럼 사람들에게 거울과 나침반을 만들어주는 일입니다. 낙서하듯 남기 하루의 기록이 지나 나의 거울이 되고 그 거울을 살펴보면서 미래를 준비할 나침판을 준비합니다. 좀 더 편안하게 기록을 남길 수 있고, 그 기록을 잘 분석해서 좀 더 나은 곳으로 발전하는 게 저의 새로운 일입니다.

이걸 하려고 요즘은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새로운 일도 하고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런 글들이 눈에 많이 들어오네요.

도전과 성공, 그리고 그 이후의 삶에 대한 고찰

위앙의 비극적인 이야기

위양은 전국시대 중기 위나라의 공자로서 공손앙이라고 하며, 진나라에서 변법을 성공적으로 단행하여 상군에 봉해진 인물입니다. 진나라의 왕인 효공이 현명한 선비를 구한다는 말에 효공을 찾아가 여러 가지 일들을 하게 됩니다. 태어난 곳은 위나라였지만 힘쓴 곳은 진나라였고, 훗날 죽임을 당한 곳도 진나라였습니다. 위앙을 죽인 사람들은 결국 진나라 사람들이었습니다.

중국의 전국시대에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습니다. 이를 보면 나를 알아주는 곳이라면 어디든 몸을 위탁하고 힘을 쓰는 시대였던 것 같습니다.

위앙은 진나라에서 여러 가지 개혁적인 일들을 시행합니다. 그 법을 시행함에 있어서는 번개보다 빨랐고, 기존의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신분이 높은 사람일지라도 법대로 시행하며 한 치의 소홀함도 없었습니다.

그 결과, 진나라는 주변 어느 나라보다 백성이 안정되고 군사력은 강해졌으며, 위앙 스스로도 높은 자리로 올라가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부작용이 따릅니다. 개혁적인 정책을 펼치다 보니 기존 권력층으로부터 시기와 처단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되었고, 그는 생존을 위해 주변을 호위병으로 둘러싸야만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어느 누구의 조언도 받아들이지 못했고, 결국 진나라 효공이 죽고 태자가 즉위하자 태자를 따르던 세력에 의해 반란군으로 몰려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죽기 전 도망치다가 한 여관에 투숙하려 했으나, 여관 주인이 와서 "여행증이 없는 사람은 투숙할 수 없고, 손님을 받아주면 연좌제로 처벌받는다."고 하며 그를 쫓아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법을 만든 사람이 바로 위앙 자신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태어난 위나라로 가려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주변 다른 나라로도 갈 수 없어 다시 진나라로 추방당해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태어난 곳은 위나라였으나 그곳에서 인정받지 못해 진나라로 의탁했고, 그곳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진나라를 위한 모든 일들이 주변 나라들에게는 의로운 일이 아니었기에 결국 위기에 처하자 살아날 방법이 없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잃은 자는 망한다."는 구절이 나오는데, 나의 업적과 상관없이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정답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이야기를 보면 먹고 산다는 것은 참 힘든 일입니다. 먹고 사는 것이 힘들어 더 큰일을 도모해 성과를 내니, 이제는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그들의 마음을 살피지 못하면 훗날 나의 입지도 헤아릴 수 없는 걸 보면…

단순히 경제적으로 풍족해지는 것도,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도, 조심하고 삼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 또한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아직 이루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고민조차 사치일 수 있습니다.

오늘은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도전과 새로운 실패, 그리고 성공이 함께하는 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험난한 도전의 길이 참 즐거우시길, 제가 항상 응원합니다. ^^

통달로 가는 길, 소문 대신 진실된 관계를

반복해서 읽게 되는 글

한번씩 글을 읽다 보면 여러 번 반복해서 읽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책의 내용이 어려워서 그런 것도 있고, 내 삶 속에서 잘 적용이 안 돼서 그런 것도 있고, 내 생각과 다르기 때문에 몇 번씩 보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번역을 좀 더 잘해 줬으면 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원문을 보고 이해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아마도 어려운 글을 몇 번씩 곱씹으면서 얻게 되는 나의 생각들이 좋은 것이기 때문일 겁니다.

이 글이 딱 그렇습니다. 글도 어렵고, 뭔가를 알 것 같긴 한데, 이걸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답은 잘 나오지 않고, 그렇지만 뭔가 대단한 글인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몇 번을 읽고 필사를 했는데도 잘 모르겠습니다.

물건을 판매하려고 소문을 내고는 싶지만, 아무나 와서 정신없는 건 싫고,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 사람들끼리 재밌게 지냈으면 좋겠고… 딱 이렇게 지내고 싶은 내 마음속의 내용이 이 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소문이 아닌, 통달한 하루 되시길.
그래서 즐거운 분들과 좋은 시간 보내는 하루 되시길
제가 응원합니다. ^^

지금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

동양에서는 겸손을 미덕으로 이야기합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배움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말을 삼가고 몸을 낮춰 조심하라고 합니다.

동양 사상의 겸손에 관한 철학에는, 높이 올랐다가 낮은 곳으로 떨어졌을 때 나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하나의 처세술인 경우도 있습니다. 잘나갈 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설쳤다가 낮아졌을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도움이 아닌 멸시를 받을지도 모르기에 항상 몸가짐을 조심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처세술의 이유가 아니더라도,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기에 주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려면 신분과 가진 것의 차이를 넘어 나와 생각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합니다. 그 사람들과 같이하려면 겸손의 미덕이 필요하기에, 동양 사상에서는 겸손이 항상 강조되어 왔습니다.

반대로 서양 사상에서는 내가 잘하는 걸 못한다고 하는 것이 겸손하지 못하다고 합니다. 할 수 있는 걸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못하는 걸 못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서양에서는 미덕이라고 합니다.

손자병법은 군사에 관한 두 사람의 병서를 묶어서 이야기합니다. 손자의 병법인 「손자」, 오기의 병법인 「오기병법」, 이 두 가지를 합쳐 「손자병법」 이라고 합니다.

무협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숨겨진 전설의 병법서를 찾으려고 사투를 벌이는데, 찾아보면 그게 바로 손자병법입니다. 이 병법서만 있으면 무적이 되는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손자는 발목이 잘리고, 오기는 자신의 군주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이런 전설적인 병법서를 적은 사람들도 정작 자신의 앞날은 보지 못하고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뭐든 완벽한 사람은 없나 봅니다.

사람은 각자의 역할과 자리가 정해져 있나 봅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말을 잘할 수 있는 자리, 행동이 빠른 사람은 행동할 수 있는 자리. 리더는 사람을 때와 장소에 맞게 잘 사용할 줄 알아야 하고, 나 또한 내가 있을 자리를 잘 판단할 수 있어야 편안해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 내가 있는 자리가 꽃자리입니다.
오늘도 지금 나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하루가 되시길,
제가 항상 응원합니다. ^^

뒷담화도 예의와 인간애로

도서관에서의 발견

얼마 전에 도서관을 다녀왔습니다. 너무 학습서 같은 딱딱한 내용의 책들을 많이 보다 보니 몸도 마음도 딱딱해지기도 하고, 필사하기도 부담스러워서 조금 말랑한 책들을 찾으러 다녀왔습니다.

수많은 책들 속을 돌아다니다가 문학작품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한참을 서성거렸는데, 사기열전이라는 책이 눈에 보였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꺼내서 읽었는데, 입에 잘 달라붙지도 않는 사람 이름들과 옛날 중국의 나라 이름이 나오는 것이 꼭 삼국지를 읽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한참 재미있게 보는 중입니다.

그중에서 공자와 그의 제자 이야기가 있는데, 한 편이 눈에 들어와서 한참을 두고 봤습니다.

이 내용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예와 의를 다해서 사람을 대해야 하고, "인"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고, "지혜로움"은 "사람을 아는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표현은 다르지만, 제가 수많은 책과 영상에서 보고 들었던 내용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건 변하지 않는가 봅니다.

이런 내용과 상관없이 내가 한 가지 깨달은 건, 공자도 사람이 없는 곳에선 다른 사람과 뒷담화를 한다는 것입니다. 『사피엔스』를 보면, 호모 사피엔스가 이렇게 번성한 이유 중 하나가 뒷담화 때문이라고 나오는데, 4대 성인 중 한 사람인 공자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공자도 하는 뒷담화, 하실 일이 있으면 시원하게 하시고요. 이왕 하는 뒷담화라면 좋은 이야기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승리하는 하루 되시길 제가 응원합니다.

지나간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

제 머릿속의 함바집

제 머릿속의 함바집은 진짜 맛있는 밥집입니다. 그래서 함바집 분위기가 나는 식당들을 보면 꼭 한 번씩 들어가 보는 편입니다.

대학교 1학년 첫 여름방학이었습니다. 친구들끼리 방학 때 노가다라도 해서 학비를 벌어야겠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했습니다. 하루는 집에 있는데 친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부산 용당에 공장을 건설하는데 그곳에 전기 설비를 하러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당시 아르바이트 시급이 1,300원이었으니 하루 종일 일해도 12만 원 벌기 힘들었는데, 하루 일당 56만 원 정도 준다고 하니 마다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친구들과 약속 장소에 나가니 현장으로 들어가는 차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 차를 타고 현장의 간이 사무실에 들어가니 파트를 나눠서 따라가라고 합니다. 하는 일은 간단했습니다. 현장에 들어가는 두껍고 긴 전기선을 한쪽에서는 밀고 한쪽에서 당기면서 필요한 자리에 잘 설치하는 일이었습니다.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니 점심시간이라고 밥 먹으러 가자고 합니다. 공사 현장에서 차로 5분 정도 이동하니 간이 식당이 나옵니다. 배식대가 있고, 사람들이 식판에 음식을 덜어 밥을 먹었고, 테이블에는 고추장 한 통이 올라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식욕이 왕성하지 않을 때라 소식자처럼 밥을 먹었었는데, 다른 사람들 식판을 보면 산처럼 음식을 쌓아 와서 고추장에 밥을 비벼 먹었습니다. 저는 매운 걸 싫어해서 빨간색 음식은 대체로 잘 건드리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고추장에 밥을 비벼 먹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 따라 고추장에 밥을 비벼 먹었었습니다.

다른 노가다 일처럼 그렇게 힘을 많이 쓰는 일은 아닌지라, 육체노동이 심하진 않았는데도 그렇게 먹는 점심 한 끼가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습니다. 내가 처음 겪은 함바집의 모습입니다.

결혼하고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구경을 다녀오면 "그때 여기가 어땠는데, 저기가 이랬는데" 하는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십니다. 저희 아버지, 어머니는 두 분 다 부산분이 아니셔서 그런지 이런 이야기를 잘 못 듣는데, 부산분이신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다니면 이런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습니다.

언제부턴가 저도 어디를 가면 "그때 여기가 이랬는데, 저기가 저랬는데, 없어져서 아쉽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 걸 보니 저도 나이를 먹나 봅니다.

"아무리 힘들었던 시절이라도 추억으로 만나면 아름답다." 라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경제 대공황, 그 어렵던 시절을 지나온 사람들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재밌었다"고 이야기하는 걸 보면, 이 말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명절에 큰형 내외와 예쁜 커피숍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큰형이랑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편입니다. 이제는 앞니가 빠져서 틀니를 해야 한다는 큰형의 모습을 보니 앞으로 같이 먹을 끼니 수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다시 볼 수도 없는 어린 시절의 함바집처럼, 사라져 가는 것들이 아쉬워지는 걸 보면, 아무렇지 않게 보낸 시간들이 참 소중한 시간들이었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나면 소중한 추억이 되는 시간을, 오늘도 따뜻한 기억으로 잘 만들어 가셨으면 합니다. 제가 항상 응원합니다. ^^

밥 한 끼의 의미와 따뜻함

생일 초대와 그리움

어렸을 적 생일이 되면 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었습니다. 초대하는 선별 기준은 없었습니다.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내 생일인데 우리 집에 놀러 올래." 이렇게 한마디 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때 당시 한 반에 60명이 넘었는데 초대로 우리 집에 온 아이들이 20명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였으니, 국민학교 2학년까지는 그렇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초대를 하면 엄마가 생일상을 차려 주십니다. 밥상 위에 어떤 음식이 있었고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 당시 막내아들 생일상 차려 주신다고 저희 어머니는 고생하셨을 것 같습니다.

저희 집 공주들을 보니 요즘은 생일파티를 한다고 집으로 부르는 경우는 없더라고요. 대부분 빕스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에 소규모의 사람들만 불러서 밥 먹고, 노래방 가고, 보드게임방 가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옵니다. 한 반에 친구 수가 줄어든 것도 있겠지만, 이제 집으로 사람을 초대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되어 버린 이유인 것 같기도 합니다.

풀무원에 입사를 하고 기장의 한 유리공장 구내식당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위탁을 받아 다른 회사 구내식당에서 일을 하다 보니 저의 소속은 항상 "을"이었고, "갑"의 눈치를 보면서 일을 했습니다. 회사마다 식당 담당자가 있는데 그 담당자의 성향에 따라 일이 편해지기도 하고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기장의 유리공장은 이 담당자가 좀 까다로운 편이었습니다.

내 회사 상사에게는 꼿꼿하게 해도 이상하게 "갑"사 담당자 앞에서는 굽실거리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나이가 어려서 처세술이 어떤 건지 몰랐던 것 같기도 하고, 발령받은 첫날부터 식당 담당자의 위엄을 극도로 높여 이야기한 저희 회사 부장의 말에 선입견이 생긴 것 같기도 합니다.

기장의 흙시루라는 한정식집이 있습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 지역에서는 꽤 유명한 한정식집이었습니다. 식당 담당자와 회식을 할 일이 있으면 꼭 그 식당을 예약해서 식당 식구들과 가는데, 그 자리가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었습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한상 부러지게 나오는 음식들 맛을 한 번씩은 다 먹어봐야 하는데, 그 "갑"사 담당자 한 명 때문에 음식에 손을 뻗을 수 없었습니다.

회식을 마치고 나오면서 남기고 온 음식을 제대로 못 먹은 것이 어찌나 아깝던지. 지금도 그때 못 먹고 온 계란지단 예쁘게 올라간 잡채가 눈에 아른아른합니다.

음식은 어떤 음식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랑 먹느냐도 중요합니다. 수십만 원짜리 스테이크보다 편한 사람과 먹는 김밥 한 줄이 좋기도 하고, 대학 때 지옥문 들어가는 것 같았던 혼자 밥 먹으러 구내식당 들어가는 것이 이제는 혼자 밥 먹는 게 더 편한 걸 보면, 세상도 나도 참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래서 그런지 아무렇지 않게 하는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는 말은 최고의 인사말인 듯합니다.

언제 저랑 밥 같이 드실래요?
제가 한상 부러지게는 못해도, 금방 한 밥 한 공기에 생선 한 마리 굽고
뽀글뽀글 된장찌개 끓여서 따뜻한 집밥 한번 해 드릴게요.

오늘은 따뜻하고 포근한 집밥 같은 하루 보내시길 제가 항상 응원합니다. ^^